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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마크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여러분들이 보고계신 이미지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 마크 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설계가 포함됨’, ‘장애인 전용’ 또는 ‘장애인 우선’을 의미하는 표시이고 이러한 마크 또는 이와 유사한 배려는 사회 곳곳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웹에서도 어렵지 않게 장애인 전용 웹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 사진은 단지 특정 소수를 위한 배려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의 사진일 뿐입니다.

엘리베이터 조작버튼에 부착된 장애인 마크

여러분은 저 마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굳이 억척스럽게 답변을 강요한다면 대게 1번 아니면 2번 중 하나에 가깝지 않을까요?

  1.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배려하는 마크군. 혹시 장애인이 기다릴 수도 있으니 왠만하면 나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겠어. (완전범생)
  2. 장애인이 아니면 쓰지 말라는 거야 뭐야? 하루중 이 엘리베이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고작 0.1% 뿐인걸. 저런 마크따윈 신경쓰지 않겠어.(십중팔구)

저 마크가 장애인 우선인지 장애인 전용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것일뿐. 저러한 장치로부터 제가 느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우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2. 규정에 따르고 있다.
  3. 생색내고 있다.
  4. 장애인은 때때로 저 마크를 오히려 수치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5. 비장애인은 때때로 장애인 전용 장치를 이용하면서 죄의식을 가질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장치를 이용하면서 오히려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례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쉬운 예는 계단 측면에 설치된 리프트 입니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 리프트를 이용하는동안 장애인은 수많은 보행자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받는데 특히 힘들게 계단을 오르던 70세쯤 된 할머니는 오히려 부러운듯 쳐다봅니다. 만약 사지 멀쩡한 사람이 리프트를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욕먹겠죠. ㅡㅡ; 웹에서 쉽게 발견되는 배려로는 ‘장애인 전용 사이트’ 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TTS(Text To Speach)’ 등이 있는데 장애인 전용 사이트는 일반인들이 보는 컨텐츠와는 다르게 정보의 양이나 갱신속도가 현저하게 달라서 오히려 공식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장치가 되었고, TTS는 이미 스크린리더를 가지고 웹에 접속하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오히려 혐오스런 장치일 뿐입니다. 예산 낭비에, 규정을 잘못 해석하여 따르거나, 또는 생색내기 행정(또는 경영)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소수를 배려하는 것도 잘못인가?

네, 그렇습니다. 사회적 소수를 배려한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소수에 속하며 더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이 탄로나거나 또는 그렇게 느끼도록 하면 오히려 불편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저 생색내기용 마크를 죄다 떼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해놓고 서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제공하는것은 그저 ‘장애인도 이제는 이용할 수 있겠군’ 하는 수준에서 더 이상 좋은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장애인들이 정말 ‘잘’ 만족해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일반인들과 같은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또는 동일한 수준의 만족도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을 따로 분류해놓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보통 만족스럽지도 못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보편적 설계 이론에서는 사용자 타겟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에 관련된 책을 한 권 보면서 ‘웹 접근성’과 ‘유니버설 디자인’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적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웹 접근성’은 장애인이 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어서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 놓고 웹의 장애를 제거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 이득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보통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편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분류하는 것을 금기하고 있으며 사람이 장애를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삶의 일부로써 ‘장애인’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때때로 ‘장애인’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물을 설계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하는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보편적 설계의 경제적 효과. 건축 분야와 웹 분야.

앞에서는 보편적 설계를 적용하면 마치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보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사실은 반쪽짜리 진실이라서 때로는 오히려 더욱 비용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건축분야에서 바라보는 보편적 설계가 그렇습니다. 휠체어가 쉽게 오르도록 하려면 완만한 각도를 지닌 경사로가 필요한데 경사로를 완만하게 만들수록 더욱 많은 땅과 건축재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정상인이나 장애인이 모두 건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2층짜리 건물에도 엘리베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공간속에서 추구하는 보편적 설계에는 보통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웹은 조금 다릅니다. 장애인 전용 웹사이트를 걷어내고 일반인들과 동일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준다면 장애인 전용 웹사이트 구축비용은 Save 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ActiveX 설치해서 TTS 이용할것 같나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차라리 없는편이 낫습니다. TTS 구축비용도 그냥 Save 하십시오. 또한 저는 모바일 전용 웹페이지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왜냐하면 최신의 휴대폰들은 대부분 HTML/CSS/Javascript/Flash 등과 함께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도 빈약하고 접속방법도 복잡한 모바일 전용 웹페이지를 언제까지 이용하게 될지 그게 궁금합니다. 모바일 전용 웹사이트 구축비용도 Save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웹의 표준기술을 이용하여 하나의 웹 페이지를 장애인 뿐만 아니라 휴대폰, TV, 키보드 숙련자 등등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서도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항상 비용을 절감한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사례와 논리는 얼마든지 더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류: 생활의 발견, 웹 기획, 웹 접근성, 웹 표준 | 2008년 2월 12일, 4:39 | 정찬명 | 댓글: 25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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