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전용 페이지를 요구하는 고객에 대한 제언.

CDK 포럼의 회원분(ifree1999) 께서 클라이언트로부터 아래와 같은 요구사항을 듣고나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고민하고 계십니다. 포럼 게시판에 직접 답변글을 작성해도 되지만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한 기념으로 이곳에 먼저 적습니다. 시각장애인 전용 페이지를 요구하고 있는 모든 고객분(특히 공무원)들께서 이 글을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점진적으로 전산직 공무원에 대한 웹 접근성 교육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접근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웹사이트 개편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생각 됩니다.

1. 시각장애인페이지가 필요해요.

시각 장애인들은 일반인과 차별화된 별도의 웹사이트를 원치 않습니다. 또한 KWCAG 1.0(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1.0) 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항목 4.2 (별도 웹사이트 제공) 콘텐츠가 항목 1.1에서 4.1에 이르는 13개 검사 항목을 만족하도록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면 텍스트만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 페이지(또는 웹사이트)를 별도로 제공해야 한다.

이 요구사항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1.1~4.1에 이르는 검사항목을 우선 최대한 만족시켜야 하며, 이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에만 별도의 웹사이트를 구축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전광역시 웹사이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클라이언트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웹사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점 이었습니다. 물론 동료들은 이 부분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해가 빨랐지만 더 나아가 고객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2. 메인에서 부터 안내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장애인페이지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겠죠.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면 그들은 분명 스크린리더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이 말을 믿을 수 없다면 직접 눈을 감고 PC를 부팅한 다음 특정 웹사이트로의 접속을 시도해 보면 됩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환경에서 어떻게 브라우저를 실행할 수 있나요? 윈도우를 부팅해서 웹 브라우저를 띄운다음 주소창에 웹사이트의 URL을 입력하는 등의 과정은 스크린리더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 입니다. 또한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TTS 음성은 스크린리더의 음성과 충돌하여 시각장애인의 스크린리더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TTS 기능은 오히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혐오스러운 존재 입니다. 딱히 돈 쓸곳이 없어서 TTS 를 설치한다면 기본값은 ‘음성안내 안함’ 상태로 두어야 합니다. 즉, 설치는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사용자에게 주어야 한다는 의미 입니다. TTS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이라기 보다는 두눈 멀쩡하지만 글을 읽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정상인을 위한 기능이라고 보는편이 타당합니다.

3. 솔루션을 써보니까 좋던데 불편하지 않게 단축키로 다 됐으면 좋겠어요.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는 대부분의 기능을 단축키로 해결합니다. 이미 스크린리더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단축키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단축키들은 제품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구성됩니다. 따라서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단축키는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와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X)HTML 의 속성가운데 하나인 accesskey 조차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조심스러우며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accesskey 는 가급적 자제하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국내의 모든 스크린리더에 대한 단축키를 입수하여 충돌 가능성을 100% 제거하였다고 하더라도 새로 출시되는 스크린리더 제품과의 충돌은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4. 성우 목소리로 음성파일을 동작하게해서 안내하는 페이지도 제작가능한가요?

TTS 의 음성안내는 원래 성우의 음성 입니다. 성우의 음성으로 안내하는 페이지 제작이 가능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대로 스크린리더의 음성과 충돌할 것이므로 시각장애인은 알아들을 수 없게될 확률이 큽니다.

5. 일반 우리가 보는 페이지를 그대로 사용하신다구요? 하하.. 농담하시는거죠??

시각장애인용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더 농담 같습니다. 별도의 시각장애인용 웹사이트는 일반 사용자와는 달리 장애인복지에 대한 콘텐츠로만 구성한 다음 업데이트도 잘 하지 않고 그저 최근 공지사항만 자동으로 출력 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웹사이트는 보통 관리되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희가 구축하려고 하는 웹사이트는 이미 충분히 장애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치를 지원하도록 국내외 표준(XHTML, CSS, DOM, WCAG 1.0, KWCAG 1.0)에 맞추어 제작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들과 장애인 및 특수한 장치를 사용하는 소수의 핸디캡을 지닌 사람들까지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웹사이트가 모든이들에게 동일하게 서비스 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장애인 전용페이지가 없으므로 이를 따로 관리할 업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객께서 생각하시는 별도의 노력은 저희에게 농담처럼 들립니다.

6. 우리는 시각장애인들이 편하게 볼수 있는 페이지를 원한다구요~

진정 그러하시다면 저희의 제안을 면밀하게 사전검토 해 주십시오. 저희들의 제안은 시각장애인용 별도의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고 하나의 웹사이트만을 이용하여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검토해 보신 후 별도의 시각장애인 전용 웹사이트와 TTS 음성안내 기능에 대하여 KADO 의 정보통신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에 문의하셔도 좋습니다.

7. 지금 입찰 업체들 대부분이 솔루션이나 성우더빙 방식으로 입찰넣고 있는데 그렇게해서 경쟁이 되겠어요?

앞서 말씀드린 바 대로 이러한 행위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각장애인을 귀찮게 하는 결과를 초래 합니다. TTS 기능은 귀청에서 요청하셨기에 다른업체에서는 접근성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제안하고 있는 상황 입니다. 시각장애인과 접근성에 대한 지식을 보유한 업체라면 TTS 기능에 대하여 제고할 것입니다.

8. 장애인들이 리더기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어떻게 보장합니까? 9. 그렇기에 우린 우리 자체 사이트에서 작동할 수 있게 제작하려는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 대로 시각장애인들이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면 그들은 분명 스크린리더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굳이 보장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면 보장할 수 있습니다. 눈을감고 스크린리더 없이 PC 부팅해서 웹 브라우저를 띄워보시면 금방 깨닫게 됩니다. PC 에 로그온 하기도 어렵습니다. 설사 로그온 했다 한들 웹 브라우저는 어떻게 띄울 것이며 URL 이동은 더더욱 불가능 합니다.

10. 우린 장애인페이지가 꼭 있어야합니다. 그래야만 이번 채점에서 감점을 안받거든요.

채점 기준이 KWCAG 1.0 이라면 감점사항을 잘못 알고 계십니다. 오히려 TTS를 설치하고 별도의 웹사이트를 구축한 부분이 감점 대상 입니다. 저희의 제안은 실질적으로 장애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용성을 증가시키고 귀청의 웹사이트 평가점수를 높여줄 것입니다.

분류: 웹 접근성 | 2006년 8월 22일, 23:13 | 정찬명 | 댓글: 1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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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신승식 8월 22nd, 2006 at 23:53

    우선 워드프레스로 이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위에 언급한 클라이언트와 같은 분이 많다고 하던데, 정보문화진흥원이나 정통부에서 홈페이지 채점 기준을 확실히 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체적인 텍스트 음성 변환장치(TTS)를 쓰면 확실하고 크게 감점시키고, 시각 장애인용 별도 페이지 제작도 명확하게 감점 항목으로 말입니다. 듣자 하니 티티에스(TTS) 만드는 업체들의 로비가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업체들 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고, 홈페이지 품질은 떨어뜨리고, 개발 기간은 쓸데없이 늘어나고, 많은 고객들(특히 시각 장애인들)은 내팽개쳐버리는 그런 “갑”들… 흠… 이것은 감사를 받으면 분명히 징계감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 ifree1999 8월 23rd, 2006 at 13:51

    가려웠던 부분을 모두 긁어주셔서 너무나도 시원합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예산이 없어서 표준제작보다는 TTS솔루션을 탑제하는게 좋다는 말이 많습니다.
    도대체 예산의 차이가 얼마나 나길레 그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왕 만드는거 좀 투자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3. CN 8월 23rd, 2006 at 13:56

    구독기의 주소를 수정해야겠군요. 멋진 글 읽었습니다.

  4. 한글로의 블로그 12월 1st, 2006 at 17:06

    시각 장애인용 음성 서비스는 정말 시각 장애인을 위한 것일까?
    웹 접근성 (Web Accessibility) 규약이란 "누구나" 쉽게 웹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규칙이라고 한다. 이미 선진국(미국,일본,영국,호주 등)에서는 법제화 되어 있어서, 접근성에 어긋나도록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으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5. 한글로 12월 1st, 2006 at 17:17

    다음에서 트랙백을 보냈는데, 유니코드 문제인지 깨지네요. 어쨌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많이 배워 갑니다.

  6. 정찬명 12월 2nd, 2006 at 16:47

    유니코드 문제가 맞을껍니다. 제 추측으로는 다음에서 들어오는 트랙백이 UTF-8 이 아닌것 같습니다. 본래 트랙백은 현재의 워드프레스 처럼 UTF-8 으로 전송되는 것이 표준인 것으로 알고 있구요. 그나마 Daum 은 제가 보낸 트랙백은 깨지지 않는데 Naver 같은 경우는 양쪽 모두에서 깨지더라구요. 깨져서 조금 안타깝지만 트랙백은 감사히 받았습니다 ^^a

  7. vbmania 2월 13th, 2008 at 10:41

    ifree1999님~ 공공 기관에서 예산이 없어서 표준제작을 못하고 TTS 솔루션을 탑제한다는 건 거짓말 입니다..
    공공기관이 관련 업체에 속아서 놀아나고 있는거죠..

    사실 이미 웹표준이 도입되고, 접근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는 업체에 맡기셨다면 추가비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TTS 솔루션 구입비용이 절약되겠죠…

    아마 그 공공기관과 친분이 있는 업체가 웹표준을 지양하고 있고(모를 수도 있구요) TTS에서도 이윤을 남기기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그런 케이스가 종종 있더군요…

  8. 노지훈 12월 9th, 2008 at 15:44

    웹 접근성을 위한 풍토가 조성되기에는 난관들이 많이 있군요.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

  9. 고구려후예 2월 7th, 2009 at 2:1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요새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KADO의 웹접근성 ‘인증마크’ 달기에 혈안입니다.
    다행히 KADO는 별도의 장애인웹사이트를 둔 공공기관보다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웹접근성을 구현하는 공공기관에 ‘인증마크’를 주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이 아닐수 없습니다.

    다만, TTS업체들의 로비가 심하고,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무지로 인해 TTS를 꼭 깔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것이 좀 아쉽습니다. 심지어 행안부에 소속된 사무관들 또한 그러한 말을 종종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릴께요~

  10. 정찬명 2월 8th, 2009 at 3:39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당자분들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시고 관련 경험도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11. NARADESIGN:BLOG 6월 13th, 2009 at 4:56

    웹 기반 TTS(Text To Speech) 솔루션 백해무익….

    2009년 4월 11일 부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 공공기관 웹사이트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 전문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웹 접근성에 대하여 잘못된 편견을 지니고 있는 정보화 및 전산 부서 담당자가 불필요하게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충고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을 위하여 TTS 솔루션을 도입해야 한다는 감언이설이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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